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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스포츠

[시] 장례 행렬

서울경기행정신문 기자 입력 2022.01.05 16:45 수정 2022.01.05 16:45

강정화
한국문인협회 시분과 회장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한국여성문학회 이사
한국문인산악회 회장


장례 행렬

한 행렬 앞에 입을 열 수가 없었네 새벽부터 비가 퍼붓더니 늦은 햇살에 살기등등한데 아파트 계단에서 멈칫거리다 진풍경을 목격했네.
뜨거운 시멘트 바닥 구석진 자리에서 기다랗게 꼬여진 낡은 운동화 끈인가 하는 순간 제법 큰 지렁이가 무슨 연유로 그런 몰골로 널브러졌는지 그 사연이야 접어두고 그쪽 관련자들이 조사하고 해결할 문제며 앞뒤 정황으로 그가 순직인지, 비명횡사인지, 혹은 자결인지 물어볼 곳이 없어 궁금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햇살 뜨거운 여름 대낮에 뜻밖의 진풍경에 넋을 놓았네. 아마 죽은 자의 가족에게는 연통이 안 간 것인지 가독이나 친지는 얼씬도 않고 만장(輓章)과 조종(弔鐘)을 울리며 떠메고 가는 놀라운 노역을 보며, 저들이 버려진 시신(屍身)을 거두어 준다는 것만으로 탄복할 일인데 모조리 검정 정장 차림으로 일사불란하게 예를 다하여 땀 흘리며 어디론가 떠메고 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네, 어찌나 그 행렬이 엄숙하고 경건한지 도저히 한 마디 훈수조차 할 처지가 아니네 저들의 행위만 가만히 지켜볼 따름이네 내가 언제 단 한번이라도 낯선 자의 죽음 앞에 저리도 경건하게 예를 다해 눈물과 땀을 흘려봤는가 매장이던 풍장이던 예를 다 갖춤에 탄복할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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