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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발행인 칼럼】용산의 백년대계, 아파트 숲과 바꿀 수 없다ㅡ용산공원은 온전한 국가공원으로, 국제업무지구는 세계적 경제거점으로 조성해야

새용산신문 기자 입력 2026.08.17 08:02 수정 2026.08.17 08:02

주택 공급의 절박함을 앞세워 국가의 미래 자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김동영 본지 발행인

집이 부족하다고 국가의 미래까지 팔 것인가

주택은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기본 토대다. 특히 수도권의 높은 집값과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충분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정부가 가용 부지를 발굴하고 공급 확대에 나서는 것 또한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그러나 아무리 절박한 정책이라도 지켜야 할 원칙과 넘어서는 안 될 경계가 있다. 국가의 역사와 미래가 걸린 공간을 단기적인 공급 물량 확보의 수단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주택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국토정책의 과오로 남게 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 장관도 “입지가 좋은 국유지인 만큼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용산 어린이정원 일대에는 5천에서 최대 7천 가구까지 들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당초 6천 가구에서 1만 가구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MBC 보도, 연합뉴스 보도

이러한 구상에 분명히 반대한다. 용산공원과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남는 땅에 아파트를 더 짓는 통상의 개발 대상지가 아니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역사와 생태를 품을 국가공원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과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견인할 국제 비즈니스 거점이다. 두 공간의 존재 이유와 국가적 책무를 주택 공급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용산공원은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국가의 약속이다

용산공원 부지는 한 세기가 넘도록 국민이 자유롭게 밟을 수 없었던 땅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의 군사기지로, 광복 이후에는 미군기지로 사용되면서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국민의 삶과 단절돼 있었다.

미군기지 이전을 계기로 이 땅을 온전한 공원으로 조성해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것은 단순한 도시계획이 아니었다.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단절된 도시공간을 연결하며, 미래 세대에게 소중한 자연과 기억을 물려주겠다는 국가적 약속이었다. 이를 위해 특별법이 제정되고 국가 차원의 종합기본계획까지 수립됐다.

서울은 세계적으로도 녹지가 부족한 초고밀도 도시다. 특히 용산은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서울의 중심 생태축이 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대규모 공간이다.

용산공원이 온전히 조성되면 남산의 녹지가 한강으로 이어지고, 시민들은 도심 한가운데서 역사와 자연, 문화와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공원 한쪽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순간, 그 훼손은 그곳에서 멈추지 않는다. 도로와 주차장, 학교와 상업시설, 각종 생활 기반시설이 뒤따르고 공원의 연속성과 생태적 완결성은 무너진다.

한 번 콘크리트가 덮인 땅은 다시 공원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정부가 당장의 공급 실적을 위해 미래 세대의 녹지를 미리 끌어다 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용산공원은 정부 소유의 ‘노는 땅’이 아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뿐, 이미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국유지라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필요에 따라 용도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국가 자산을 바라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국유지는 정부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맡아 관리하는 신탁 자산이기 때문이다.

국제업무지구를 거대한 주거단지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서울역과 용산역, 한강을 연결하고 국제업무·금융·상업·문화·마이스 기능을 집적해 서울을 세계적인 경제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국가적 전략 공간이다.

서울시는 약 45만6천㎡ 부지에 국제업무·업무복합·업무지원 등 3개 권역을 조성하고,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 비율도 41.8%로 설계해 업무·주거·문화·녹지가 조화를 이루는 입체복합도시를 구상했다. 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 추진계획

그런데 주택을 6천 가구에서 1만 가구로 대폭 늘리면 계획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구 증가에 맞춰 도로와 상하수도, 학교와 공원 등 기반시설을 다시 검토해야 하고, 이미 진행된 행정절차와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서울시 역시 1만 가구로 변경할 경우 기반시설 계획의 수정과 사업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제업무 기능의 약화다.

주거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업무·상업·문화시설이 들어설 공간은 줄어들고, 국제업무지구는 이름만 남은 고밀도 주거단지로 변질될 수 있다.

세계 유수 도시들과 기업·인재·자본을 놓고 경쟁해야 할 서울의 핵심 거점을 단기적인 아파트 공급량과 맞바꾸는 것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다.

집은 다른 곳에도 지을 수 있지만, 용산의 역사적·지리적 상징성을 갖춘 국가공원과 국제업무 중심지는 다른 곳에 다시 만들 수 없다. 대체할 수 있는 정책수단과 결코 대체할 수 없는 국가 자산을 구분하는 것이 책임 있는 국정의 출발점이다.

주택 공급은 필요하지만 해법은 따로 찾아야 한다

용산 개발에 반대하는 것이 곧 주택 공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는 도심의 노후 저층 주거지 정비, 역세권 복합개발, 유휴 공공청사 입체화, 철도와 도로 상부 공간 활용, 정비사업 절차 개선 등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공급 물량을 발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을 적기에 공급하는 일이다. 이미 계획이 확정돼 추진 중인 사업을 뒤흔들어 착공을 늦추는 방식은 신속한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와도 맞지 않는다. 숫자를 늘렸다는 발표가 실제 주택 공급을 앞당긴다는 보장은 없다.

정부는 용산의 미래를 중앙정부의 판단만으로 결정해서도 안 된다. 서울시와 용산구,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역사·환경·교통·산업·도시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국가 백년대계는 속도보다 숙의가, 일방적 결정보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용산은 한 시대의 정부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것이다

용산공원은 빼앗겼던 땅을 국민에게 온전히 돌려드리는 역사적 완성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대한민국이 세계와 경쟁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미래의 무대다.

이 두 공간을 아파트 공급 후보지로만 바라보는 것은 용산의 가치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지나치게 좁은 시야로 재단하는 일이다. 정부는 용산공원과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구상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

용산공원은 어떠한 훼손도 없이 온전한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고, 국제업무지구는 주거와 업무의 균형을 지키되 본래의 국제 비즈니스 기능이 흔들리지 않도록 추진해야 한다.

오늘의 주택난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 해법이 내일의 국가 자산을 소진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권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도시와 국토의 생명은 수백 년을 이어간다.

지금 우리가 용산에 세워야 할 것은 아파트 숲이 아니라 역사와 자연, 경제와 문화가 어우러진 대한민국의 미래다. 용산은 지금의 정부가 임의로 나누어 쓸 땅이 아니다.

우리 세대가 잠시 맡아 지키고, 더욱 온전한 모습으로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국민 모두의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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