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기고] 종로는 유리관 속 박제품이 아니다

새용산신문 기자 입력 2026.01.19 15:15 수정 2026.01.19 15:27

보존규제,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지혜 필요


강나연 SkalSeoul 세계관광전문가협회(스칼인터내셔날) 정회원

역사와 문화의 공간 종로구가 논쟁으로 뜨겁다. 개발이냐 보전이냐, 양측의 편익적 가치 차이만큼이나 명분과 실리의 사이에서 시민들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종로구는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할 뿐 아니라 명실공히 역사와 문화, 행정의 중심지로서 ‘대한민국의 심볼’이다.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600년 도읍지로 역할과 기능을 유지해 온 나라도 세계 역사에서 수도 서울뿐인가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광객들이 종로 구석구석을 누비며 전통을 만끽하며 문화적 체험을 위해 몰려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종로구는 수많은 문화재와 삶의 터전이 공존하고 있기에 그들이 보고 느끼는 숨결은 단지 문화재 자체로서 뿐만은 아니다.

주변환경과 그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휴먼네트워크를 갖고 귀국 뒤에도 또 다른 인연이 이어지는 곳이다.

국위선양 측면만 보더라도 많은 문화재와 함께 공존하며 생활하고 있는 종로구민들은 자부심과 애향심은 그래서 더욱 유별나다. 그런 한편에선 많은 규제와 제약 속에 숱한 불편과 재산적 가치를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댓가없는 아픔도 있다.

지붕에 비가 새도, 담벼락이 허물어져도 문화재 심의 때문에 허투루 손댈 수 없는 지경에 놓였어도 말 못할 속앓이로 묵묵히 삶의 터전을 지켜왔다.

서울의 심장 종로 그중에서도 종묘, 창덕궁과 같은 문화재를 품고 사는 죄 아닌 죄로 종로구민들은 수 십년간 재산권 침해를 받으면 살아왔다. 그 뿐인가. 북촌, 낙산, 한옥촌 주민들의 직접적인 애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외국의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공부했던 캐나다 벤쿠버는 원주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며 문화재와 문화를 보존하고 있다. 레져베이션 즉, 원주민구역이 그렇다. 이들 원주민에게는 집도 지어주고 매달 생활비와 심지어 세금혜택까지 주어진다.

해당지역 주민들이 삶의 영유에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정부는 물론 국민적 배려가 폭넓고 깊다. 우리나라도 그 못지않은 선진국이다. 이러한 정책이 없이 문화재와 그 많은 녹지공간을 제공하며,

‘서울의 심장’으로 긍지와 자부심만으로는 일방적인 불편부당을 감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70년대 도심 과밀완화에 따른 영동개발이 시작된 이래 강남일변도의 부동산 가치 폭등은 실증적 사례이다.

최근 문화재청에서는 ‘문화재 인근 100m 규제지역’을 ‘500m로 확대규제’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종로구민들은 또다시 비애가 깊어지고 있다.

세계유산등재나 문화재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종로구 전체를 개발 불가능한 유리관 속 박물관을 만들려 하고있는 것이다.

실제 이같은 규제가 500m로 확대된다면 행정편의적 피해에 따른 종로구의 미래는 뻔하다. 주거 환경은 급격히 슬럼화될 것이고, 남는 것은 텅 빈 폐가와 관광객을 상대로 한 싸구려 상술이 판칠게 분명하다.

세계 여러 도시들이 도심활성화와 관광 그리고 삶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혜를 짜내고 있다.

종로는 박물관의 전시품이 아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밥을 먹고, 아이를 키우며,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울어진 오늘의 베이징(북경)의 도심 변천사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모습, 문화재와 그 가치를 지키는 주민이 상생하는 종로, 그것이 이곳을 지키며 살아가는 많은 주민의 바램이고 우리가 꿈꾸는 진짜 '명품 관광도시' 종로의 모습이다.



저작권자 새용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