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 │칼럼리스트
|
최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정부 시절 인하된 법인세율을 다시 원상회복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법인세율은 문재인 정부 당시 10~25%로 인상되었다가, 윤석열 정부에 이르러 2023년부터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9~24%로 1%포인트 소폭 인하된 바 있다.
구 부총리는 법인세율 인상 필요성의 근거로, 감세 이후 세수가 감소한 반면 기업 투자나 경제 성장이라는 기대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와 여당 역시 부족한 세수를 보완하기 위해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증세나 감세는 특정 이념이 아닌 경제 현실과 미래 비전을 기반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법인세 세수가 최근 2년 새 41조 원이나 감소한 원인은 단지 세율 인하에 있지 않다.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기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것이 핵심적 요인이다. 지난해 법인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2023년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특히 매년 10조 원 이상의 법인세를 납부하던 삼성전자가 52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점도 세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이 경기 불황으로 세금을 납부할 여력조차 부족한 상황이라면, 오히려 세율을 낮추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산업으로의 육성을 지원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
현재 국내 다수의 기업들이 한계기업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특히 건설업 분야는 고용시장 위축과 맞물려 경기 후퇴의 우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200만 명을 하회한 상태이며, 청년층 일자리도 1년 새 3분의 1가량 감소하는 등 미래 성장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23년 기준 외부감사 대상 건설사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부실기업 비율은 47.5%에 달한다. 이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또한 전체 기업 가운데 21.5%가 한계기업으로 분류되어 외부 지원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위기의 정도는 비수도권에서 더욱 심각하다. 최근 1년간 비수도권의 한계기업 비중은 22.7%로 수도권(20.5%)보다 높았으며, 특히 영남권은 24.9%, 호남권은 23.5%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실정을 외면한 채 구 부총리는 한국의 법인세율이 주요 경쟁국보다 낮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최고 법인세율은 24%로 OECD 평균인 21.5%를 상회하며, 일본(23.2%), 독일(15.8%), 대만(20%) 등 주요 경쟁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법인세율을 인하하면 기업 투자 확대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하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3.4%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인세율 외에도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와 인허가 지연이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토지 보상 및 용수 공급 문제 등으로 인해 착공까지 6년이나 소요되었다.
올해도 17조 원 이상의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등 국가 재정 여건이 녹록치 않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법인세율을 과거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율 인상이 아니라, 기업들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경직된 노동시장과 궤도를 이탈한 노조를 합리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다.
끝으로, 오늘날 국가 부채의 급증은 단지 법인세율이 낮아서가 아니라, 감성적 포퓰리즘 정책이 재정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증세 논의에 앞서 경제 체질의 근본적 개선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조성이 우선되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