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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환 교수 칼럼】덜어낼수록 가벼워지는 삶의 기술

새용산신문 기자 입력 2025.07.09 09:15 수정 2025.07.09 09:15


김창환 공주대학교 행정학박사 연구교수 / 한국의정연수원 교수

물질과 정보, 인간관계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늘 무언가를 더하려 애쓴다. 더 많은 인맥, 더 많은 지식, 더 깊은 통찰, 더 좋은 기회. 그러나 그렇게 ‘더하기’에 집착할수록 삶은 점점 복잡해지고 무거워진다.

그 무게는 어쩌면 우리가 집어든 ‘더함’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중국 명대의 사상가 홍자성(洪自誠)은 『채근담(菜根譚)』 후집 제131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한 가지를 덜어내면, 그만큼 초월할 수 있다(人生減省一分 便超脫一分).”

이 구절은 마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처럼 다가온다. 그는 사귐을 줄이면 분란이 줄고, 말을 줄이면 허물이 적어지며, 생각을 줄이면 정신이 지치지 않고, 총명을 덜 좇으면 오히려 본성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덜어낼수록 더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끝없는 대화를 이어가며, 생각의 가지를 수없이 뻗는다. 정보와 기술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달린다. 그러나 이처럼 과잉된 관계, 말, 사고, 지식이 실상은 우리 삶을 속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홍자성은 덧붙여 말한다. “날마다 덜기를 구하지 않고, 오직 날마다 더하기만을 구하는 자는 스스로 이 생을 옥죄는 사람이다(彼不求日減而求日增者 眞桎梏此生哉).” 삶을 가볍게 만들고 싶다면 더할 것이 아니라 덜어내야 한다는 통찰이다.

이 사상을 더욱 구체적으로 풀어보자.
깊은 산속에 둥지를 튼 새도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고, 강물을 마시는 두더지도 그 작은 배만 채우면 만족한다. 자연은 최소한으로 살아가며 본연의 질서를 유지한다.

인간만이 예외다. 필요 이상으로 사람을 만나고,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고, 말과 생각으로 스스로를 지치게 만든다. 우리의 일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는 이름으로 욕심은 끝없이 부풀고, 마음은 분주해지며, 삶의 균형은 점차 무너져 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리는 ‘왜 이렇게 피곤한가’를 묻는다. 하지만 그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바로 우리 내면의 ‘더함’에 있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할 때다. 더 가지려는 욕망을 잠시 멈추고, 덜어내려는 마음을 가져보자. 인간관계에서 불필요한 소통을 줄이고, 말과 생각을 절제하며, 과도한 정보와 목표에서 한 발짝 물러설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자유롭고 평온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더 얻으려는 삶이 아닌,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삶. 그것이 진정한 초월이며, 조화로운 인생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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