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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수 논설위원 / 전 서울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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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은 단순히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고, 주민들의 삶과 목소리를 담아내며, 지역사회의 여론을 형성하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신문은 주민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언론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는 지역의 발전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특히 지역의 정체성과 뿌리를 이루는 향토문화는 지역신문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영역이다.
한국지역신문협회가 ‘지역사회의 발전과 지방자치의 올바른 육성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지역 문화 창달과 향토 역사 계승을 위한 지원 사업 및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각종 제안 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지역 언론의 사명과 맥을 같이한다.
그동안 향토문화사업은 대체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추진돼 왔다. 지자체마다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위원회 등을 구성해 사업을 계획했으며, 지역문화원과 관계 기관이 협력해 다양한 문화사업과 행사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았다. 행정의 특성상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업보다는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행사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많았다.
눈에 잘 띄는 축제나 기념행사에는 관심과 예산이 집중되는 반면, 오래된 기록을 발굴하고 사라져가는 구술자료를 채록하며 마을의 역사와 인물을 찾아내는 일처럼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사업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현실이다.
지역마다 향토문화사업의 편차가 나타나는 것도 문제다. 일부 지역에서는 다양한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문화사업의 의미가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되살리는 데 있기보다는 행사 자체에 머무르는 한계도 지적할 수 있다.
이제 이러한 과제에 지역신문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지역신문은 지역 곳곳의 사람과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취재하고 기록할 수 있는 조직과 현장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지역신문은 향토문화의 조사와 발굴에서부터 기록, 공론화, 보존과 계승, 그리고 새로운 지역문화로의 발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단법인 한국지역신문협회가 중심이 되어 전국적인 공동사업을 기획하고, 각 지역신문은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협회가 주관하는 ‘향토문화 소개하기 전국 웅변·스피치대회’와 같은 전국 단위 행사를 비롯해, 각 지자체와 지역신문이 협력하여 지역문화 진흥사업, 지역축제 활성화 사업, 청소년 향토문화운동 등 다양한 공동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다.
지역별 우수 사례와 조사자료,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면 전국적인 향토문화운동의 기반도 한층 넓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신문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지자체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담당하고, 지역신문은 조사·발굴·기록·공론화·확산의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여기에 지역문화원과 학교, 박물관, 향토사학자, 지역문화단체 등이 함께 참여한다면 향토문화사업은 행정기관 중심의 사업을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문화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국지역신문협회 역시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향토문화운동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전국 공동사업의 구체적인 계획과 추진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국의 지역신문은 각 지역에서 발굴한 우수 사례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지역의 특성에 맞게 실천해 나가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지역신문이 향토문화의 조사·발굴·보존·계승·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
향토문화는 행정기관만의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기억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따라서 이제 지역신문도 ‘지역 소식의 전달자’라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 곳곳에 잠들어 있는 역사와 문화를 찾아내고, 이를 기록하며,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고,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지역문화의 발굴자이자 기록자, 공론화의 주체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지난 9월 17일 선포된 ‘향토문화의 날’ 역시 단순한 기념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향토문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실제로 발굴하고 기록하며 보존·계승하는 실천적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는 신문이 지역의 문화를 살리고, 지역의 문화를 살리는 신문이 지역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지역신문이 향토문화 보존과 발전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이 오늘날 지역신문에 주어진 새로운 사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