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해병대 채상병 특별검사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는 취임 이후 여섯 번 째, 법안 수로는 10건 째이다.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국은 다시 거친 대결 국면으로 돌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거부권 행사를 전제로 “윤 대통령이 범인임을 자백한 것”이라는 극언과 함께 “범행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정치 공세 차원의 언동이라 해도 지나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야권에서는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이 보장하기에 탄핵 사유가 될 수 없음은 극명한 사실이다.
21대 국회 폐회를 앞두고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관리특별법 등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과제가 산적하게 쌓인 마당에 정국이 특검 공방에 빠져 허우적댈 일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특히, 야당이 만든 채상병 특검법은 특별검사를 사실상 야당이 정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요인이 많다. 이런 법이 만들어지도록 의혹의 빌미를 제공하고 오히려 키운 여권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여당은 뭐 하고 있나? 문재인 특검, 이재명 특검, 김정숙, 김혜경 특검은 왜 말도 못 하나? 여당답게 당당하게 싸우고 행동하라.
헌법 제53조 2항과 4항에 의하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15일 기간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재의 요구가 있을 시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이 되는 것이다.
‘채상병 특검’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통과 때부터 논란이 됐다. 통상 특검은 여야 합의처리가 관행인데, 민주당은 국회에서 거야의 힘으로 밀어붙인 독주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국민의힘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임을 들어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회견에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후 국민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하면 그때는 내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하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안 거부권 행사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딱한 노릇은 범야권이 대규모 장외집회에 나서는 한편 5월 28일 재의결한다는 방침이다.
법안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채상병 특검법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반면,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행사하더라도 21대 국회 때와 상황이 전혀 다를 거라는 계산이다.
국익을 우선으로 일을 해야 할 22대 국회가 정쟁으로 시작하는 건 국민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다. 여야는 21일 채상병 사건에 대해 “원칙대로 수사”를 공언한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불러 조사했다. 민주당이 검찰을 신뢰하지 못해 만든 것이 바로 공수처이다. 공수처 수사가 미진하면 그때 특검법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우리 사법이 특검 제도를 둔 이유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 해 보충적으로,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이다.
공수처만 해도 민주당이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지난 정부 때 국민의힘을 배제시키고 국회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하며 만든 수사기관이다. 이런 기관도 믿지 못해 수사 도중 특검을 실시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여야가 특검으로 좌충우돌한다면 주요 국정 현안 처리에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남은 임기 동안 극한 대립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남을 것이 틀림이 없다.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민생경제 법안들이 송두리째 무산될 상황이다. 여야가 특검법으로 모든 정국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공수처는 채상병 사건을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다.